농촌선교훈련원

2021.02.25 14:06

봄이 오는 증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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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증거들

 

입춘도 지나고 우수도 지났다. 어느새 2월의 끝으로 향하고 있는 겨울은 간간이 추위를 뿜어내며 아직은 자신이 계절의 주인임을 뽐내고 있지만, 이제는 한겨울의 맹추위만큼 몸을 바짝 웅크리며 긴장하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웅크린 몸을 쭉쭉 뻗어내며 감싸려는 추위를 멀리하고 낮동안 찾아온 따스한 햇살에 몸을 맡기려 한다. 몸이 펴지니 기분까지 좋아진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니다. 우리 집 고양이들과 한라도 마찬가지다. 가끔 뒤안으로 난 창을 열면 고양이들이 짝을 지어 햇살이 내리쬐는 장독대나 풀섶에 온몸을 주욱 펴고 누워있다. 또 현관문을 열면 댓돌 위에 줄을 지어 자고 있는 모습들을 보면 웃음이 저절로 나온다. 영원한 충견 한라도 햇살이 내리쬐는 마당 한켠에 자리를 잡고 두 다리를 쭉 펴고 누워 잠을 청하고 있다. 암탉과 수탉은 어떤가. 장독대 옆 텃밭의 흙을 파고 들어앉아 흙찜질을 하며 졸고 있다. 따스한 햇살은 감싼 옷도 벗게 한다는 동화처럼 겨울 사이사이에 들어온 봄기운은 사람이나 동물들의 움츠러든 마음과 몸을 열게 한다. 

 

방안의 온도가 15도까지 내려갔던 시절은 저만치 물러가고 지금은 거의 20도를 넘나들고 있다. 온도가 오르니 어떤 날은 후덥지근하기까지 하여 활활 타오르게 했던 연탄 불구멍도 최대한 줄여 잔열로도 난방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도록 조절하고 있으니 확실히 봄이 오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아직까지는 하루에 두 번, 오전 오후에 연탄불을 가는 것을 잊지않지만, 지금보다 더 따뜻해지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연탄불 가는 것을 까마득하게 잊곤 한다. 무언가 놓쳤다 싶어 아차! 하고 연탄보일러를 찾아가면, 겨우 한두 개 살아있는 불구멍이 마치 토사구팽을 당한 처지란 듯 나를 힘없이 바라보고 있다. 지난 추운 겨울 24시간 따스한 온기로 나의 몸을 녹여주었던 연탄불은 나의 기억에서 희미해지면서 그렇게 스러져가는 것이다. 살아있을 때는 몰랐는데 죽어갈 때야 느껴지는 고마움이 생길 때, 봄의 강한 햇살은 나의 곁으로 더 가까이 찾아온 것이다. 

 

얼마 전, 문자가 왔다. “보리완두 지금 아주 심는 거예유. 모종 내도 지금.” 그리고 지난 주일에는 예배를 드린 후 권사님이 “목사님, 호박 심어볼래요? 노는 땅에 심으면 엄청 크게 자랄꺼예요.” 하며 한웅큼 호박씨를 주셔서 받아왔다. 보리완두와 호박을 심어보려고 교회에서 믹스커피를 마시고 버리려 한 종이컵을 잔뜩 얻어왔다. 아침이면 집 앞을 지나가는 트랙터 소리도 요란하다. 평생 복숭아 과수를 하신 이웃집 아저씨와 아주머니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벌써 농사 시작의 계절이 찾아온 것이다. 농한기의 늘어졌던 몸과 마음이 농번기 때가 다가오면서 부지런히 움직일 채비를 하고 있다. 그에 따라 내 마음도 덩달아 들썩인다. 

 

사람들이 올해는 무엇을 심을 것인지 묻는다. 밭정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밭을 얼마나 가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올해는 메주콩과 먹을 만큼의 참깨와 들깨, 그리고 약간의 잎채소를 심어볼 요량이다. 아직 정리되지 않은 밭을 보면 한숨이 나오긴 하지만 작년부터 소농에게 지급하는 직불금 제도가 바뀌었기 때문에 그전보다 더 신경을 써서 농사를 지어야 한다. 제대로 된 직불금을 얻기 위해서는 꼼꼼하게 작물을 심어 노는 밭이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좀 더 따뜻해지는 3월 초에 바로 어수선한 밭을 정리해 놓아야만 한다. 이때를 놓치면 어영부영 올해의 농사도 망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작년에 홍수로 쓸려나가고 복구 작업을 해놓은 비탈도 재정비를 해야 한다. 돈이 있으면 그까이거 포크레인과 돌덩이로 차곡히 쌓으면 되겠지만, 호주머니가 궁색한 나로서는 최대한 저렴한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런 효과를 찾기 위해 종종 고속도로나 마을 언덕을 지나칠 때 산비탈을 어떻게 정비해 놓았는지 살피는 습관이 생겼다. 그렇게 해서 얻어낸 지혜를 빌려 땅이 완전히 녹을 때 몸을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닭장 앞 산수유가 노오란 꽃망울을 터트리려 준비하고 있다. 자두나무와 홍매화 나무에도 꽃눈이 나뭇가지에 줄을 지어 피어오르고 있다. 앞뜰에는 작약의 새순이 빨갛게 땅을 뚫고 올라오고 있다. 뒤뜰에는 원추리 새싹이 파릇파릇하게 솟아나오고 있다. 덤불 사이로는 쑥이 쑥쑥 몸을 내보이고 있다. 일명 잡초라 부르는 들꽃들도 소리없는 아우성을 치며 몸을 선보이고 있다. 여기저기 봄이 오는 증거들이 즐비했다. 단지 나의 눈에만 보이지 않았지 봄은 이미 내가 사는 곳곳에 예고도 없이 거침없이 문을 밀고 들어오고 있었다. 신경이 둔한 나만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시인은 읊었다.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이 땅속에서, 땅 위에서, 공중에서 생명을 만드는 쉬임 없는 작업을 하는 봄처럼 항상 부지런하라고. 나를 둘러싼 모든 생명이 새 봄을 맞으면서 저마다 자신의 모습을 피어내고자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추운 겨울과 코로나로 인해 웅크렸던 몸과 마음을 새 생명들의 부지런한 움직임에 나도 함께 어깨춤을 추며 오는 봄을 맞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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