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선교훈련원

2020.12.24 10:00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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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4742

 

메리 크리스마스!

 

주님이 오신 날, 성탄절이다.

예년 같으면 거리에서나 가게에서나 교회에서 성탄을 기다리는 모습들이 여러 방식으로 보였는데 올해는 그렇지 않다. 내가 사는 음성만 봐도 성탄 분위기를 찾기 쉽지 않다. 근 한 달 이상, 12월이면 해마다 늘 울려퍼지던 캐렬송조차 들리지 않는다. 코로나가 가져다준 새로운 풍경이다. 그런 연유로 나는 일찌감치 집안에 소소하게나마 성탄 장식을 꾸몄다. 그리고 캐럴송을 틀며 성탄 분위기를 혼자서 만끽하곤 했다. 나뿐만이 아니라 어쩌면 많은 이들이 나와 같은 소소한 방법으로 성탄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 마을에 코로나 확진자가 생겼다. 그 바람에 성탄 예배, 그나마 간소하게 드리려 했던 예배조차 드릴 수 없게 되었다. 내가 다니는 교회는 농촌의 작은 교회지만 2년 전까지만 해도 성탄 전야가 있었고, 그 이후 이태 동안은 성탄절 당일에 소소하게나마 주님 탄생을 축하하고 기뻐하는 시간을 가졌었다. 작년까지 일상의 평범했던 것들이 모두 기억으로, 추억으로, 그리고 귀한 일들로 남아 우리 가슴에서 빛나고 있다. 다시 예전의 평범했던 생활로 돌아갈 수 있을까?는 여전히 물음표로 남아 있다. 그렇기에 올해의 성탄절은 더욱 간절한 마음으로 주님의 평화와 위로를 기다린다.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일까? 정서가 말라서 그럴까? 아니면 나이가 들어서일까? 어떤 이유든 간에 성탄절을 기다리는 마음은 해를 넘길수록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서글프다고 해야 하나? 부끄럽다고 해야 하나? 부끄럽다는 것보다 차라리 서글프다는 표현이 낫겠다. 코로나가 처음 우리 가까이 다가왔을 때 엄청 놀라고 조심스러웠는데, 지금은 별반 감흥도, 놀람도, 조심도 없다. 그처럼 성탄의 의미도 내 삶 속에서 감흥으로, 놀람으로, 기쁨으로 맞이하는 것이 아닌 뜨뜻미지근하게 반응할 뿐이다. 이 글을 쓰면서 억지로라도 성탄의 의미를 기쁘게 끌어올리고 싶은데 사람의 마음이란 좀처럼 내 의지만큼 발현되지 않으니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그런 이유로 어느 때부터 성탄절을 분주하게 준비했던 순진하고 어린 마음이 그립다. 그때는 꽤나 어른인 척 하고 싶었는데 말이다. 참, 아이러니가 아닌가!

 

내게 있어 가장 기억에 남는 순수하고 어린 성탄절 이브는 중학교 3학년 때다. 그때도 시골교회를 다녔었다. 마을은 작았으나 마을 대부분 사람들이 그 시골교회를 다녔기에 교회는 컸다. 1980년대에 유행했던 빨간 벽돌로 지은 교회가 마을 중앙에 있었다. 교회는 학교 운동장에서 자전거를 탈 때도 보였고, 집으로 가는 샛길에서 고개를 돌려도 보였고, 학교에서 돌아오는 버스 정류장에서 내리면 정면으로 교회가 보였으며, 서류를 떼러 면사무소를 가려면 교회 앞을 지나가야 했다. 교회의 우뚝 솟은 종탑과 종탑 위 십자가는 내가 어디에 서 있든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특히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시냇가의 다리를 건널 때 마주하는 교회는 어린 마음에도 평화롭고 따뜻하게 다가왔었다. 몇 해 전 가 본 어릴 때 다닌 그 시골교회는 아직도 컸다. 비록 마을은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많이 변하였지만 교회는 여전히 내 마음에 크게 다가왔다. 다행이라 생각했다.

 

마을 중앙에 위치한 교회였으니 성탄절을 준비하는 마음 또한 컸다. 이유는 잘 모르지만 그 해는 처음으로 교회 성탄 이브에 참석했다. 아마 목사님의 막내 자제가 나보다 한 살 위인 언니였는데 그 언니가 나의 손을 끌었던 것 같다. 저녁에 예배당에 모여 성극도 보고, 찬양 경연도 열고, 평화의 왕으로 오신 아기 예수님에 대한 목사님의 말씀도 듣고, 잠시 쉬고 나면 시계는 어느덧 성탄 이브의 하이라이트, 새벽송을 돌 때를 가리켰다. 그 해는 눈이 퍽 많이 내렸다. 몇몇 조로 나누어 집집마다 다니며 캐럴송으로 성탄의 기쁜 소식을 전했다. 캐럴송을 부를 때마다 하얀 입김이 밤하늘 속으로 올라갔다. 시린 발을 털어내려고 캐럴송을 부르면서도 연신 발을 움직였다. 첫 소절이 들리면 집주인은 문을 열고 함박웃음으로 복된 소식을 전하는 전령사들을 맞이했다. 빠지지 않는 캐럴은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었다. 노래가 끝나면 집주인은 우리에게 빵이나 과자와 같은 양식을 대접하거나 가는 길에 보따리로 배웅을 했다.

 

기억에 남는 집이 있다. 골짜기 근처에 사는 집사님 댁에서 캐럴을 부른 뒤였다.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신 집사님 내외는 우리를 집안으로 들여 하얀 크림이 잔뜩 얹힌 케이크를 먹으라고 내주셨다. 지금이야 빵집이 흔하고, 케이크가 넘치는 때지만, 그때만 해도 케이크는 있는 집이나 먹는 음식이요, 어쩌다 먹더라도 롤케이크가 전부였다. 그러니 그때 나의 마음이 어떠했겠는가! 뭐라 말할 수 없는 기대와 설렘이 그밤 소복히 쌓였던 눈만큼이나 크지 않았겠는가. 포크로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내 혀로 느껴지는 달콤함과 행복감은 지금 아무리 맛난 케이크라 해도 그 맛을 따라갈 수가 없다. 케이크가 귀했던 시절이었기에 그 맛이 더 강렬했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사실 태어나서 처음 먹어본 것이었으니 충분히 그럴만도 하였겠다.

 

지금도 성탄절이면, 그리고 하얀 눈을 볼 때면 그때가 아련히 떠오른다. 그렇게 얻은 간식거리는 새벽송을 마친 후 교회 교육관에 전 청년이 모여 밤새 게임을 하면서 먹는 간식이었다. 그 밤은 합법적(?)으로 어른들이 허락해 준 외박이요, 그때 좋아하는 교회 오빠를 가까이서 원없이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한 시간이었다. 아, 그때 내가 좋아했던 그 교회 오빠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리고 그때 함께 어울렸던 그 동무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딱 한 번의 성탄 이브, 잠시 함께했던 그해 성탄절이 어느새 그리움이 가득한 시간들의 조각이 되었다.

 

코로나 이전과 이후의 일상이 달라지고 있는 2020년, 올해의 성탄절도 마찬가지가 되었다. 코로나로 인해 반복된 일상, 평범했던 일상, ‘그냥’ 그랬던 일상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게 되었다. 그때 그 시간들, 그때 그 관계들이 우리 삶 속에서 얼마나 소중한 것들이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마음을 돌이킨다. 심심하고 뜨뜻미지근하게 기다렸던 오늘의 성탄절, 마음을 열고 새롭게 주님을 맞기로 한다. 오늘은 소중하니까. 오늘은 오늘만 있는 거니까. 그러니 힘차게 인사하자.

 

메리 크리스마스!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 기쁜 성탄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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