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선교훈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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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돌학교 | 김국진 목사 (교목)

 

 

 

산돌학교는 경기도 남양주시에 소재한 중고통합 5년제 기숙형 대안학교입니다. 감리교 종립학교로써 신앙과 지성을 겸비한 성숙한 인격을 꿈꾸며 교사와 학생이 함께 자라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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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돌학교에는 ‘마음 아픈 위원회’가 있습니다. 줄여서 ‘맘아위’라고 부릅니다. 맘아위는 학교의 교칙을 어긴 학생들에게 깨달음의 방법과 벌을 정하고 집행하는 역할을 하는 학생들의 자치기구입니다. 맘아위라는 말은 학교에서 벌칙과 그 대상과 기간의 대명사처럼 쓰이는데 많이 쓰이는 만큼 학생들이 싫어하고 두려워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늦은 밤, 사감 선생님 몰래 기숙사를 빠져나와 편의점으로 향하는 비행이 어떤 스릴과 만족을 주는지, 선생인 저로서는 알 방도가 없습니다. 다만 맘아위의 벌칙이 자못 엄중함에도 불구하고 심심찮게 적발되어 벌을 받는 학생들을 보면 가끔씩 비행의 내용보다 비행 자체가 목말랐던 저의 학창시절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합니다.

 

저는 수많은 규제와 규칙들 속에서 청소년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 규칙들을 잘 지키는 것이 저의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즈음에 어른이 된 것 같습니다. 어른으로서 맘아위에 걸릴 일이 없는 지금은 오히려 그 규칙들이 그리워질 때가 있습니다. 무언가 지키기만 하면 마음이 편해지고 미래도 보장되는 그런 규칙 어디 없을까요? 생각을 멈추고 그저 복종하고 싶은 유혹이 커가는 일이 나이를 먹는 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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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아위에 걸린 학생들과 함께 밭일을 하다가 문득 생각했습니다. ‘나는 잘 가고 있나? 이렇게 규칙과 제제가 없어도 괜찮은 걸까?’ 목표를 놓은 적은 없지만 목표가 절로 길을 내주지는 않았습니다. 그걸 알면서도 목표가 내 삶의 가치를 모두 보장해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지낸 세월이 그 길이만큼 부끄러웠습니다. 길은 길이 아닌 것들을 통해서 규정되기도 한다는 것을 밭에 고랑을 내다가 문득 깨달았습니다. 

 

길이 아닌 것을 포착하고 깨닫는 힘은 목표의 숭고함이 보장하지 않습니다. 길이 아닌 것을 정하고 그곳에 발을 들이지 않는 일상의 끈질긴 노력이 결국에는 어떤 길이 되겠습니다. 그러나 일상은 복잡하고 미래는 불확실합니다. 그래서 나의 오늘을 나의 목표와 견주는 일, 길이 아닌 것들을 늘 마주하는 일상 속에서 자신과의 약속을 만들어나가는 일은 뒷전으로 밀려나기 십상입니다. 책임을 잊고자 삶을 규칙으로 환원하는 일도, 아무런 원칙 없이 목표에서 멀어지는 방종도 경계해야 하겠습니다. 그러니 자신만의 길을 내며 살라고 가르친 저는 도대체 얼마나 어려운 삶을 학생들에게 말한 것일지 제가 그 삶을 깨달아갈수록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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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돌학교는 가장 예쁜 계절을 맞았고 딱 예쁩니다. 꽃들 속에서 위안을 얻습니다. 순서 없이 한꺼번에 피었다는 걱정 비슷한 불평의 소리가 들리지만 그게 꽃의 아름다움을 결코 감하지 못합니다. 인생의 절정을 규정하고 준비하라고 채근하는 세상의 소리가 들리지만 산돌학교 학생들은 지금 봄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부분입니다. 덕분에 저도 저의 만개와 그 시기에 대한 생각을 내려놓고 봄의 부분으로써 충분한 저를 바라봅니다. 성봄? 성춘하시길 기원합니다.

 

코로나로 격주로 학교에 머무는 주말에 실용음악 수업을 합니다. 

작곡가 강인원씨가 보컬과 작곡 수업을, 차숙희 교수가 합창을, 그 외에도 피아노와 성악을

배웁니다. 좋은 뜻을 가진 분들이 재능기부를 해주셔서 배움의 기회가 생겼습니다.

 

5월에는 4학년 학생이 한국 각 지역으로 여행을 떠납니다. 

5학년 학생이 인턴쉽을 떠나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체험합니다. 

 

2021. 02 산돌학교 김국진 목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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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 2021.04.30 22:50
    산돌학교 졸업을 앞둔 아이 부모로서 아이에게 맘마위 3번 이후 가게 되는 자성위(자기 성찰 위원회, 선생님. 학부모님. 학생, 자성위 위원이 함께하는 산돌 최고 난위도 심각 모임)입성을 권유해 봅니다.
    산돌 5년간을 무탈이 보넨 아이에게 오히려 서운한 맘이 드네요. 권장해선 안되겠지만 변화와 새로움에함께하는 위험도 산돌학교 안에서 경험해 보았으면 하는 욕심이 일어나네요.
    오해 하실지 몰라 첨언 하자면 아이의 경험이 아닌 부모로서 저의 경험을 우선시한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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