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선교훈련원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ndbg_yozm.png


농민기본소득에 대한 몇 가지 질문들 


yoonhs.jpg




윤형순 목사 | 농촌선교훈련원


  

토마스 모어는 그의 작품 ‘유토피아’에서 도둑을 없애기 위해 도둑을 잡아 처벌하는 것보다 도둑질 할 필요가 없게끔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소득을 나눠주는 것이 더 좋다며 기본소득에 관한 개념을 이야기했다. 병이 생겼을 때 치료하는 대증요법보다는 병의 근본 원인을 찾아 뿌리를 뽑는 예방요법과도 같은 개념일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인한 재난지원금이 기본소득의 성격을 띄고 정부와 여당을 중심으로 추진 중이다. 모든 국민에게 4인 가구 기준 100만 원씩 지급되게끔 하려는 계획이다. 국민들이 일회적인 기본소득을 경험해봄으로 지속적인 기본소득에 대한 이해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해본다. 또한 시·군 단위의 지역화폐로 지급됨으로 인해 지역화폐에 대한 이해와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함께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바이러스 사태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모든 사람들에게 차별 없이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지역공동체의 활성화를 통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 왜 농민들에게만 먼저 기본소득을 줘야 할까?

농촌지역은 이미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이전부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었다. 농가수입이 줄어들고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노인들만 남았다. 농사짓는 사람이 줄며 농촌지역도 쇠락해가고 있다. 농업이 유지됨으로 인해 수자원이 보존되어 홍수와 가뭄피해를 막을 수 있고 기후변화의 속도를 늦출 수 있으며 자연경관을 통해 정서적 안정 등을 얻을 수 있다. 농촌진흥청에서 2012년 연구한 바에 따르면 농업의 영향을 금전적 가치로 환산했을 때  산업적 가치 86조 원, 공익적 가치 166조 원으로 평가되었다 .
더욱 중요한 것은 농민과 농촌이 우리나라를 국가로 존립할 수 있는 근본을 지켜준다는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서  세계 3위 쌀 수출국 베트남은 자국 곡물 비축을 명목으로 쌀 수출을 금지했다 이에 베트남으로부터 쌀을 수입하던 나라들에 비상이 걸렸다.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세르비아 정부도 식량 수출을 금지하자 전 세계적인 식량 파동의 전조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일어났다. 이번과 같은 전염병 사태나 기후변화로 인해 국가 간 물류망이 마비되고 식량 수출이 금지되는 일이 일어나면 식량자급률이 45%밖에 되지 않는 우리나라는 치명적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국방분야, 코로나바이러스로부터 국민의 목숨을 지켜주는 의료분야는 돈의 논리로 바라볼 수 없고 바라봐서도 안된다. 유사시 적국의 침략이나 의료붕괴사태로부터 국민들을 지켜주기 때문에 평소 막대한 예산을 통해 항상 대응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국민의 먹을거리를 키우고 공급하는 농촌지역과 농민들 역시 나라와 국민을 지키는 상비군으로 생각하고 지원해야 한다. 그동안 농촌과 농민은 빠른 산업화와 도시화, 급격한 시장개방 등의 정책 추진으로 정부 정책에서 소외되고 배제되어 왔고 많은 희생을 강요당했다. 특히 정부는 지난 수십 년간 재벌기업이 생산하는 공산품을 수출하기 위해 외국의 농산물을 대량 수입하는 정책을 추구했다 이로 인해 수천 명의 농민들이 경제적 어려움에 농약을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  농민들의 기본 생존권이 보장되지 않으면 모든 국민의 생존권이 위협받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음을 생각해야 한다. 

* 얼마나 많은 돈을 어떻게 마련할까?

기본소득은 구성원의 일부에게만 주지 않고 모두에게 똑같이 주는 ‘보편성’, 노동의 양이나 생산물의 유무에 따르지 않는 ‘무조건성’, 일시적이 아닌 연속적이고 정기적인 지급을 보장하는 ‘정기성’, 생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금액을 주는 ‘충분성’ 등의 성격을 갖는다. 지금 우리나라의 농민은 약 244만 명이다. 이들 모두에게 기본소득을 준다고 하면 생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금액으로 30만 원 정도를 최소로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매월 30만 원씩을 조건 없이 지급한다고 하면 연간 8조 7천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올해 국가 예산은 513조 원이고 이중 농식품부의 예산은 15조 7천억 원으로 책정되어 국가예산의 2.98%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전체 예산은 2017년 이후 매년 평균 9% 증가했으나 농정예산은 3% 증가에 그치고 있다. 전체 예산 규모에 비해 농정예산은 오히려 줄고 있는 것이다. 올해 국방예산은 50조 1500억 원이 책정되었고 그중 인건비로 나가는 금액은 14조 6천억 원이 책정되었다. 농정예산과 국방예산을 수치상으로만 단순히 비교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군인들을 용맹스럽게 훈련시키고 비싼 전투기를 아무리 많이 사와도 식량이 부족해지면 전쟁을 할 수도, 나라를 지킬 수도 없을 것이다. 아니 지켜야 할 국민과 나라가 먼저 없어질 수 있을 것이다. 매년 줄어드는 농민들을 지키고 식량생산기지로서 농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농정예산의 적극적 증액이 필요하다. 전체예산의 증가폭과 연동해서 농정예산을 증가시키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면 더욱 좋을 것이다. 
또한 기존 농정예산의 과감한 재조정이 필수적이다. 농정예산이 각종 지원사업을 통해 농민들에게 사업비로 지원된다 하더라도 현금이 직접 지원되지 않고 농자재구입비와 시설설치비 등으로만 지원된다. 사업비가 지원되는 분야가 결정되면 해당 분야의  자재비와 시설설치비가 폭등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결국 사업비가 지원되는 만큼 농자재 유통업과 시설설치업의 이익이 오르는 것이지 농민들은 혜택을 못 받고 오히려 해당 분야 작물의 과잉생산을 불러일으켜 더 큰 피해를 입는 일이 반복된다. 그리고 농가의 피해가 심각해질 때가 되면 해당작물 폐원 지원금이 추가로 지급되며 예산을 소진시키는 악순환이 일어나게 된다. 매년 반복되는 단기적 사업 예산과 각종 농어촌 지원사업 예산, 2조 2천억 원의 공익형직불제예산, 그리고 농정예산의 증액을 통해 추가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해남군은 전국에서 최초로 농민수당을 지급했다. 군에서 80억 원의 예산을 준비해서 월 5만 원씩 연 60만 원의 농민수당을 약 12,000명의 해남 농민들에게 지급하고 있다. 중앙정부의 농정예산과 각 지자체의 예산을 합쳐서 지역화폐로 지급하게 되면 침체된 농촌의 지역경제 활성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농촌지역의 활성화는 지자체의 세금수입으로 이어지며 농민들에게 지원할 수 있는 예산증가의 선순환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세금비율이 가장 낮은 축에 속한다. 2018년 통계로 봤을 때 36개 회원국 중 32위에 위치해 있다. 세금을 적절히 걷어 적절히 사용하는 것이 국가 경제에 활력을 주게 된다. 그러나 정부의 증세정책에는 항상 세금폭탄이라는 악의적 프레임이 씌워진다. 또한 국가에서 국민에게 지급되는 복지예산도 상당히 적다. 국민들을 줄 세워 누가 제일 가난한가 심사를 하는 방식의 선별복지에서 모든 국민에게 혜택을 골고루 나눠주는 보편복지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사업별로 대상자를 선별하는 행정비용과 인건비, 필요한 때 적절히 복지예산이 지급되지 못할 때 생기는 사회적 비용 등을 생각해보면 더더욱 보편복지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농정예산도 마찬가지이다. 선택과 집중 방식으로 특정 작물, 특정 지역, 특정 대상에게만 지급하는 선별적 예산 지원 사업은 지양하고 모든 농민에게 보편적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방식을 지향해야 할 것이다.  

* 농민들만 좋아지나?

유럽연합은 농정예산의 비중이 전체 예산의 40%를 차지한다. 또한 농정예산의 70%가 각종 직불금이다. 유럽연합의 농업 직불금은 면적단위의 기초직불금에 더해 친환경농업, 농촌문화 계승, 생물다양성 보전, 경관 보전 등 기여하는 바에 따라 각종 지원금이 추가된다. 이로써 농촌지역이 활성화되고 농민들이 안정적으로 농업생산에 전념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정책이 밑바탕 되어 대부분의 유럽국가는 100%가 넘는 식량자급률을 지킬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농촌이 도시와 비교해서 균형 있게 발전할 수 있게 되었고 도심지역, 수도권의 과밀화를 방지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독일의 인구 중 60%가 농촌지역에 거주 중이라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우리나라의 극심한 수도권 집중화 현상은 모든 국민을 불행에 빠트리는 원흉이 되고 있다. 수도권에 사는 사람은 집값 상승과 전·월세 비용증가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더불어 상가 임대비용 또한 같이 올라가며 음식점, 슈퍼, 편의점 등 생활에 필요한 서비스와 물품을 구입할 때 내야 할 비용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도시민들은 이러한 물가상승의 피해를 고스란히 입고 있으며 이로 인한 생활비 증가는 기본적인 의식주를 보장받는데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농촌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교육, 문화, 일자리 등의 혜택을 얻기 위해 서울,경기의 도시에 살기를 희망한다 .수도권 집중과 지역 간 불균형은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이 서울을 동경하고, 농촌에 사는 사람은 도시를 동경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모순을 만들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가지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은 귀농, 귀촌 인구가 많아지며 최근 농촌을 떠나는 이농인구와 농촌으로 돌아오는 귀농인구가 같아졌다는 것이다. 이제 조금만 더 농촌지역의 상황이 좋아진다면 수도권, 도시의 과밀화 현상을 덜어내고 농촌이 좀 더 사람 살기 좋은 곳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농촌이 살기 좋아지면 도시에 사는 사람도 더불어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모든 경제활동이 멈추게 되자 생계가 막막해진 시민들을 위해 정부와 각 지자체에서 재난지원금을 기본소득의 원칙에 따라 지급할 예정이다. 정부에서 4인 가구 기준금액 100만 원을, 경기도는 모든 도민에게 1인당 10만 원씩을 지급하기로 결정하였다. 개별성과 충분성, 무조건성 등을 담보하고 있는 재난지원금을 통해 기본소득의 개념을 모든 사람들이 이해하게 되었으니 불행 중 다행이다. ‘위기가 기회가 된다’는  말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역량이 갖추어졌을 때 의미가 있다. 그동안 농민기본소득에 관한 논의를 중심으로 진보적 성향의 시민사회진영이 펼쳐왔던 기본소득운동이 그러한 역량을 만들어내고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어려운 농촌의 상황을 온 몸으로 떠안고 있는 농민들을 바라보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에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함께 손을 잡는다면 농민기본소득을 주춧돌 삼아 전 국민이 기본소득을 받을 수 있는 날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
  • ?
    빈배 2020.05.01 12:20
    잘 정리하셨네요!
    계속해서 농민기본소득에 관한 쟁점이나 이야기들을 올려 주세요!
  • ?
    훈련원 2020.05.01 13:35
    글이 쉬워 기본소득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네요.

  1. No Image notice

    SNS 후기 이벤트를 합니다.

    Date2020.04.01 By훈련원 Views8
    read more
  2. No Image notice

    109호 이전 회지는 자료실 회지(~108호)를 클릭하시면 검색하여 볼 수 있습니다.

    Date2019.02.18 By훈련원 Views39
    read more
  3. [117호] 발행인의 편지 : 25일에 뵈어요! | 차흥도

    Date2020.04.21 By훈련원 Views86
    Read More
  4. [117호] 이웃교회 엿보기 : 바이러스의 경고음 | 송병구

    Date2020.04.21 By훈련원 Views25
    Read More
  5. [117호] 생명살림꾼 이야기 : 민중과 함께 반세기, 생명 농사로 꽃 피운다 - 강화 김정택 목사 이야기 | 이주현

    Date2020.04.21 By훈련원 Views97
    Read More
  6. [117호] 바람소리 : 우리는 하나 (1) | 차흥도

    Date2020.04.21 By훈련원 Views31
    Read More
  7. [117호] 영혼의 집 : 손성현 '청년들과 함께 넘는 천로역정 열 고개' | 이혁

    Date2020.04.21 By훈련원 Views27
    Read More
  8. [117호] 농의 신학 : 코로나19와 농촌교회의 변화 | 이영재

    Date2020.04.21 By훈련원 Views20
    Read More
  9. [117호] 순례의 길 생명의 길 54 : 귀농운동과 만나다! (4) | 차흥도

    Date2020.04.21 By훈련원 Views60
    Read More
  10. [117호] 서클 이야기 : 서클 대화 진행의 증언과 그 비전 2 | 박성용

    Date2020.04.21 By훈련원 Views24
    Read More
  11. [117호] 제주에서 불어온 향기 : 당근 밭에서 | 유지은

    Date2020.04.21 By훈련원 Views157
    Read More
  12. [117호] 우리국산밀 이야기 (4) : 코로나19바이러스 질병 식량 | 김준규

    Date2020.04.21 By훈련원 Views24
    Read More
  13. [117호] 요즘 : 농민기본소득에 대한 몇 가지 질문들 | 윤형순

    Date2020.04.21 By훈련원 Views62
    Read More
  14. [117호] 귀농일지 : 하늘빛농원의 귀농일지 | 배재현

    Date2020.04.21 By훈련원 Views21
    Read More
  15. [117호] 우체통 : 농촌선교훈련원 | 한은비

    Date2020.04.21 By훈련원 Views27
    Read More
  16. [117호] 우체통 : 서로살림농도생협 | 배재석

    Date2020.04.21 By훈련원 Views14
    Read More
  17. [117호] 우체통 : 생명의 망 | 노재화

    Date2020.04.21 By훈련원 Views11
    Read More
  18. [117호] 우체통 : 산돌학교 | 김국진

    Date2020.04.21 By훈련원 Views13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Next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