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선교훈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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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고난과 구원을 위한 신학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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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재 목사 | Ph.D., 전주화평교회/성경과설교연구원

 


농부를 미화하려는 마음이 농민을 사랑하고 농민의 권익을 옹호하려는 우리들의 마음속에 따뜻한 애정과 더불어 깊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왕국체제 하에서 살아가고 있는 농민들을 보는 성경의 눈은 그리 곱지만은 않다. 농민의 고난을 강요하는 세상의 체제로부터 농민이 탈출할 것을 요구하는 하나님의 권고는 히브리인들을 애굽의 노예체제로부터 탈출시키는 대목에서 더욱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창세기는 출애굽의 과정을 보여주기 이전에 농자들이 세상의 폭력체제 속에서 어떻게 본래의 정체성을 상실하고 타락해 가고 있는지를 애처롭게 그려내고 있다. 


야곱 이야기에 나타난 농자의 타락


요셉과 그 형제들에 관한 이야기는 창세기 37-50장에 걸쳐서 펼쳐져 있다. 이 이야기는 농자가 세상의 구조악 속에서 고난을 받으며 속절없이 변절해 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형제들의 미움을 받아서 요셉은 인신매매단에 팔려서 애굽으로 끌려간다. 애굽에서 노예가 된 요셉은 경호대장 보디발의 집에서 노예살이를 하다가 여주인에게 성추행을 당한다. 여주인은 거부하는 요셉에게 오히려 성추행을 했다는 누명을 씌워서 요셉을 감옥에 가둔다. 죄수가 된 요셉은 감옥에서 꿈을 해석해주다가 나중에 일약 애굽 왕국의 총리대신으로 발탁이 된다. 이 감동적인 이야기 속에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살아가는 농자의 애환이 저변에 흐르고 있다. 

야곱의 아들들은 형제살해의 충동을 느낀다. 동생 요셉이 오는 것을 보고 형들은 동생을 죽이려고 도모한다. 이 대목에서 가인이 아벨을 죽인 형제살해의 주제가 이제는 택함을 받은 아브라함의 가계 속으로 들어와 있음을 알 수 있다. 구원사의 주역이 되어야 할 농자들의 삶 속에 폭력과 살인의 무서운 악행이 펼쳐지는 대목이다. 아버지 야곱의 편애로 인하여 요셉을 미워하게 된 형들은 요셉의 꿈 이야기를 들었을 때 몹시 분노하였다. 요셉은 첩들에게서 태어난 형들의 비행을 아버지에게 일일이 일러바치는 경솔한 행동을 하였다. 형들은 이처럼 안하무인의 교만한 요셉을 죽이고 싶었다. 이 대목에서 참된 농자로 살면서 폭력으로 가득 찬 세상을 이겨내야 할 야곱의 형제들이 폭력에 물들어 동생살해를 음모하는 상태로까지 타락하고 말았음을 독자는 느낄 수 있다. 

거룩한 백성의 조상들조차도 이 험한 세상을 살다 보니 온통 폭력으로 오염되고 말았다는 메시지가 창세기의 끝부분에서 마치 조종처럼 울려 퍼진다. 참된 농자로 부름을 받은 히브리인들은 애굽 왕국이라는 폭력체제 하에 살다가 마침내 그 폭력의 체제와 타협하고 폭력의 세상 문명에 물들어 폭력체제를 떠받치는 노예로 전락하고 만다. 

요셉은 애굽으로 팔려갔지만 보디발의 집에서나 그의 감옥에서나 언제나 하나님의 은혜로 형통한 삶을 살려고 애썼다. 하지만 정작 애굽의 총리대신이 된 후에는 그에게 불행스러운 상황이 닥쳐온다. 총리가 되어 결혼을 하게 되는데 황제의 명령으로 강요된 결혼이었다. 애굽의 파라오가 애굽 제사장의 딸 아스낫과 강제로 혼인시켰기 때문이다. 이 여자는 애굽의 우상숭배를 향도하는 유력한 제사장 가문의 여인이었다. 황제는 애굽의 정신과 종교로 철저히 무장한 여자를 총리대신이 된 요셉의 아내로 짝지어 준 것이다. 황제는 요셉이 애굽의 우상종교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을 명백히 강요하였다. 새로 일구게 된 요셉의 가정에서 참된 행복은 찾아볼 수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요셉의 이름도 황제가 마음대로 사브낫네아로 개명하여 버린 처지였다. 야곱이 이스라엘로 개명되었다면, 요셉은 사브낫네아로 개명되었다. 히브리인으로서 이스라엘이라는 정체성을 버리고 애굽인이라는 정체성을 표방해야 했다. 총리대신이 져야 하는 숙명이었다. 더구나 그의 두 아들 므낫세와 에브라임은 애굽의 우상을 섬기는 어머니, 곧 애굽 여자의 양육을 받고 우상숭배의 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이 때문인지 요셉은 두 아들을 할아버지 야곱에게 인사시키지 않는다. 요셉은 야곱이 죽기 직전에 두 아들을 고센 땅으로 데리고 가서 인사를 시킨다. 야곱은 이 두 손자를 고센 땅으로 불러와서 축복하면서 자신의 양자로 삼는다. 후일 북왕국 이스라엘의 멸망기에서 에브라임과 므낫세의 타락상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만큼 노골화되었다. 에브라임의 우상숭배는 북왕국 멸망의 주원인이었던 것이다. 

이 대목에서 참된 농자로 살도록 부름을 받은 아브라함의 후예들조차 거룩한 백성의 정체성을 망각하고 세상 속에서 완전히 타락하였음을 알 수 있다. 야곱은 므낫세 보다 앞세워 에브라임을 축복하였다. 그러나 그 에브라임은 북왕국 이스라엘의 우상숭배를 주도하였다. 이러한 창세기 이야기에서 독자는 북왕국의 멸망의 기원론을 읽어낼 수가 있다. 


타락한 농자 요셉의 토지정책


요셉은 애굽의 총리대신이라는 권력을 이용하여 토지정책을 펼친다. 기근이 이어지는 경제 불황 중에 애굽의 소농이 지닌 토지를 모두 전매하여 황제의 사유지로 만드는 충성심을 발휘한다. 여기에 애굽 제국의 토지제도에 대한 기묘한 성찰이 들어 있다. 토지를 사사로이 소유한 농민들은 토지를 팔아 목숨을 연명해야 했다. 모든 농토는 이제 국유화되었다. 그러나 이 국유화란 것은 황제의 토지 사유화로 귀결되어 공공재가 아니라 절대군주제를 강화하게 되었다. 온 국토는 황제의 사유지로 전락해 버린다. 이러한 정책은 “토지는 모두 내 것”이라고 선언하신 창조주 하나님의 말씀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위였다. 주께서 애굽을 탈출하여 시내 산에 당도한 이스라엘에게 토지의 공개념을 선포하셨던 그 필연성을 요셉의 토지정책을 제공해 주고 있다(출19:5, <키 리 콜-하아레츠>). 

성경은 토지 공개념을 매우 분명하게 가르치고 있다. 조상에게 유업으로 받은 토지는 사사로이 매매할 수 없다는 전통을 매우 중요하게 제시한다. 나봇의 포도원 이야기는 토지 공개념을 지지한다(왕상21장). 모든 토지는 다 하나님의 소유라는 선언은 모든 사람이 필요할 때마다 언제나 토지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성경의 토지 공개념 사상 앞에서 현대의 국경선이나 국민의 토지사유권은 심각한 도전을 받는다. 소비에트나 중국이나 북한 인민민주주의 공화국은 건국하면서 토지의 사유제를 부정하고 모든 토지를 국유화하였다. 이에 일제 강점기에 근면하고 성실하고 정직하게 일해서 부를 축적한 북한의 지주들과 토지소유자들은 큰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게다가 북한의 기독교인들 중에서 일제가 허용하는 근대 사유제 제도에 따라 토지 부동산과 재산을 많이 보유하였다가 졸지에 다 몰수당하는 큰 재앙을 당하게 된다. 이들은 토지를 빼앗기고 남한으로 내려왔다. 성경을 따르는 기독인들이라면 현실의 사유재산 제도에 의문을 던질 수밖에 없겠지만 현실을 사는 기독인들에게 성경의 가르침을 따르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였다. 성경의 안식년과 희년 사상이 토지 공개념을 선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회는 토지신학을 배격하고 거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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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른하늘 2019.11.03 19:52
    귀한글잘읽었습니다~~교수님강건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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