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선교훈련원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nm_head08.jpg


치악산 산골의 여름나기

김종훈 | 원주성남교회


빈 들

시인 고진하

nd113_01.jpg

늦가을 바람에

마른 수숫대만 서걱이는 빈들입니다
희망이 없는 빈들입니다
사람이 없는 빈들입니다
내일이 없는 빈들입니다
아니, 그런데
당신은 누구입니까
아무도 들려 하지 않는 빈들
빈들을 가득 채우고 있는 당신은

nd113_02.jpg
이맘때면 주보 1면에 고진하 목사님의 詩 「빈들」을 싣곤 합니다. 유난히도 뜨거웠던 올 여름, 2만여 포기의 수확을 끝내고 옥수숫대를 베어 고랑 사이에 뉘었습니다. 미처 따지 못해 말라 버린 옥수수는 덩그러니 밭 가운데 세워 놓고 더 말립니다. 예전 같으면 소 키우는 집에 이만한 사료도 없었는데 요즘은 그냥 밭에 거름 삼아 베어 깔아놓습니다. 7월 초 옥수수 포기 사이에 심었던 들깻모를 살릴 요량으로 엄청난 낫질을 합니다. 기간이 짧은 산골 농사라 기본 이모작은 해야 입에 풀칠할 텐데... 제대로 들깨를 살리지 못했습니다. 가물어서, 귀뚜라미 때문에, 제때 옥수숫대를 베어주지 않아서... 그래도 그럭저럭 되는 만큼만이라도 감사함으로 받을 랍니다. 

이젠 서서히 손가락과 손목과 어깨, 무릎에 무리가 오고 있음을 느낍니다. 아무래도 내년에는 농사량을 조금 줄여야 할 듯싶습니다.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여전히 내 안의 욕망의 크기가 줄지 않고 있으니 말입니다. 몇 년 후 농사일로만 생계를 이어갈 계획이 욕망인지, 걱정거리인지...


옥수수 2~3개 팔아야 쭈쭈바 하나 사 먹는다.

농사짓기 척박한 치악산 산골에서 하는 농사가 대부분 옥수수, 감자 농사다. 그리고 수확한 후 들깨를 심는다. 고추, 콩, 팥, 참깨 등을 심기도 하지만 그리 많지는 않다. 이제 어르신들은 기력이 쇠하여 농사가 힘들고,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 하다 보니 기계를 다룰 줄 아는 젊은(?) 사람들의 경작 면적은 점점 더 늘어난다. 찬바람 가시기 시작하는 4월 초순에 감자, 옥수수 심을 밭부터 만든다. 퇴비를 듬뿍 넣어주어야 농산물 맛도 좋다 한다. 거름 뿌리고, 밭 갈고, 두둑 내고, 비닐 씌우고... 거기에 감자 씨를 심는다. 옥수수는 포트에 씨를 넣어 하우스에서 모종으로 키운다. 요즘은 모종 키우는 게 번거로워 직파하는 농가도 많다. 
nd113_03.jpg어느 정도 자라면 5월 초순경 이제 본밭으로 내서 흙내를 맡게 한다. 어느 정도 땅에 적응하기 시작하면 포기 사이마다 비료를  준다. 곁순을 따 줘야 본 줄기가 기운차게 자란다. 수꽃인 개 꼬리가 나오면 비료를 한 번 더 준다. 가뭄이 들면 고랑에 물을 대기도 한다. 이제 땡볕에 옥수수 통이 굵어지고 7월 중순경 수확 시기를 맞이한다. 어쩌면 일은 이제부터다. 장마, 삼복더위 겹치는 7월 중,하순에 수확하고 판매하는 일. 어쩌면 이게 해결 안 되니 농사를 접는 사람이 많은 이유 일게다.  팔아주는 사람만 있어도 농사짓겠다는 분들이 있으니. 어쨌든 이런 저런 이유로 김 목사의 농사량이 올해가 제일 많다. 봄부터 무더운 여름까지 땀 흘려 2000평 농사지어 팔아 이것저것 제하고 약 1000만 원 남짓 남는다. 이것도 잘 팔 때 일이다. 신경을 곤두세우고 새벽잠 설쳐가며 수확하고, 포장하고, 배송하고, 수금하고...어쨌든 이렇게 바쁜 여름이 또 한 번 지나간다.  옥수수, 감자 농사지어 살만하면 다들 농사지으러 농촌으로 내려 올 텐데. 아무래도 너무 싸다. 옥수수 2~3개 팔아야 쭈쭈바 하나 사 먹는다. 내년엔 생산비에, 인건비까지 계산 잘해서 농사지은 사람이 농산물 값을 매기는 그런 기분 좋은 상상을 해본다. 

nd113_04.jpg  nd113_05.jpg


우거진 수풀을 깎으며~~
  
2004년 6월로 기억합니다. 막내아들이 새로 부임했다고 삼척 부모님이 다니러 오신 적이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산나물 뜯으러 가시고 아버지는 낫을 들고 교회 옆 비탈 숲의 제초작업을 하셨습니다. 칡넝쿨이 세력을 확장하여 교회 건물을 다 덮을 기세였거든요.  “우타 이래 해놓고 사나?” 삼척 사투리로 책망하시며 불편한 몸을 이끌고 비탈에 서서 그 수풀을 다 걷어 내셨습니다. 우중충했던 곳에 맑은 하늘이 드러났습니다. 종일 일하고 저녁때가 되어 앞 개울에 가서 멱도 감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참 세월이 빠르게 지났습니다. 어머니는 4년 전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86세로 삼척에 홀로 사시며 여기 한 번 오시는 것도 수월치 않습니다. 
  수련회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하면서 다시 우거진 그 비탈을 예초기를 돌려 정리했습니다. 땀이 비 오듯 했습니다. 그런데 뒤돌아보니 그때 아버지의 낫질 보다 엉성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날 생각이 많이 났던 하루였습니다.
저녁때가 되어 샤워를 마치고 컴퓨터 앞에 앉아 하루 일과를 정리하는데  얼굴과 팔이 가렵기 시작합니다. 상처가 생기는 줄도 모르고 정신없이 긁었습니다. 풀독 아니면 옻 오른 것으로 추정됩니다. 
  풀 깎는 일, 기계의 힘을 빌리는 게 신속하긴 하나 다 좋은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미물이라도 자연을 마주할 때는 조심스럽게 대해야겠습니다. 앞으로 몇 번을 더 교회 주변 제초작업을 하게 될는지는 모르겠지만 다음번에는 톱과 낫으로 차분하게 정리해 봐야겠습니다. 



여름 방학이 있는 교회
nd113_07.jpg


강원도 치악산 안에 있는 어떤 교회 이야기입니다.
그 교회는 매년 여름 마다 1달에서 1달 반 정도 여름방학을 합니다.  
그렇다고 주일 예배까지 쉬는 것은 아니고요. 
주일오후예배, 수요예배, 속회, 새벽기도회 다 쉽니다. 
이 방학을 그 교회 담임목사가 제일 좋아하고,
교우들도 무척이나 즐겁게 이 방학을 보냅니다. 
주일 점심식사 후 오후예배 있을 때보다 
더 늦은 시간 까지 남아 수다 삼매경에 빠지기도 한답니다. 
취지는 무더위, 바쁜 농사일, 잦은 손님 방문으로 교우들이 모이기 쉽지 않고,
작은 교회가 재정적인 어려움을 극복하려고 
교회 공간을 도시교회 수련회 장소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은 핑계고, 
농사짓는 담임목사가 대목을 맞이하기 때문입니다.  
이 기간 동안 대략 감자 200여 박스, 옥수수 400여 박스를 택배로 보냅니다.
예전엔 동네 분들 것을 팔아주는 양이 많았는데 
이제는 직접 농사짓는 양이 많아져서 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날을 보냅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여름 방학이 있다고 합니다. 
nd113_06.jpg 올해는 특히 8월 중순 장인, 장모님 모시고 베트남 여행을 계획하고 있어
여느 해보다 쪼끔  더 길어진다고 합니다. 
그 교회 교우들은 이런 담임목사를 묵묵히 지켜보며 꾹 참았다가
개학하는 날부터 다시 열심히 모여 찬송하고 기도하고 전도하는
아주 훌륭한 교인들이라는 소문이 자자하다고 합니다.
듣자 하니 이웃교회 목사님들이 그 교회 담임목사를 
무척이나 부러워한다고 하네요.
그 교회가 어느 교회인지 한번 맞혀 보세요.        
?
  • ?
    Jyj 2019.09.03 18:52
    옥수수 두세개 팔아 쮸쮸바 살수 있다는말에는 참^^ 방학이있는교회 스토리는 반전에
    반전 넘 호기싱유발 하기에 즐거움을 줍니다 ^(^ 그리고 궁금 합니다
    그곳에 밀짚모자쓰신 예수님이 함께 계실것만 같아 가보고 싶어집니다
    임 마 누 엘~~
  • ?
    김종훈 2019.09.04 17:07
    누가 이 글을 읽을까? 무심코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글 속에 많은 것이 담기기에 조심스럽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관심 고맙습니다.
  • ?
    빈배 2019.09.05 13:45
    그 교회 참 멋있는 교회네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114호] 농촌과 선교 (PDF파일 포함) file 훈련원 2019.11.02 28
공지 109호 이전 회지는 자료실 회지(~108호)를 클릭하시면 검색하여 볼 수 있습니다. 훈련원 2019.02.18 24
70 [113호] 바람소리 : 나는 누구인가(3) | 차흥도 4 훈련원 2019.08.22 72
69 [113호] 영혼의 집∙ 코르착 읽기 : 삶과 교육 그리고 죽음의 여로 | 김정호 file 훈련원 2019.08.22 20
68 [113호] 농(農)의신학 : 농부의 고난과 구원을 위한 신학 2 | 이영재 훈련원 2019.08.22 23
67 [113호] 순례의 길 생명의 길 49 : 97년에 북녘동포돕기운동을| 차흥도 훈련원 2019.08.22 48
» [113호] 이장 목사, 농촌에서 살아가기 : 치악산 산골의 여름나기 | 김종훈 3 file 훈련원 2019.08.22 35
65 [113호] 귀농일지 | 배재현 file 훈련원 2019.08.22 37
64 [113호] 요즘 : 농특위 뒤늦게 출범하다 | 윤형순 file 훈련원 2019.08.22 16
63 [113호] 우체통 : 농촌선교목회자회 | 노재화 file 훈련원 2019.08.22 14
62 [113호] 우체통 : 농촌선교훈련원 | 황은경 file 훈련원 2019.08.22 12
61 [113호] 우체통 : 농도생협 | 배재석 file 훈련원 2019.08.22 6
60 [113호] 우체통 : 생명의 망 | 최혁기 훈련원 2019.08.22 8
59 [112호] 농촌과 선교 (PDF파일 포함) file 훈련원 2019.07.01 82
58 [112호] 발행인의 편지 : 안녕들 하시지요? | 차흥도 훈련원 2019.06.21 63
57 [112호] 이웃사람 엿보기 : 하양교회 가는 길 | 송병구 file 훈련원 2019.06.21 34
56 [112호] 생명살림꾼 이야기 : 어느 친절한 채식주의자의 별난 인생 이야기 | 이주현 file 훈련원 2019.06.21 31
55 [112호] 도시에서 농촌 살기 : 산티아고 순례길 두 번째 이야기 | 이헌 file 훈련원 2019.06.21 47
54 [112호] 바람소리 : 나는 누구인가(2) | 차흥도 훈련원 2019.06.21 36
53 [112호] 영혼의 집 : 북으로 가는 이주의 계절 | 이성운 file 훈련원 2019.06.21 14
52 [112호] 농(農)의 신학 : 농부의 고난과 구원을 위한 신학 1 | 이영재 훈련원 2019.06.21 17
51 [112호] 순례의 길 생명의 길 48 : ‘아이 건강 국민연대’와 만남(2) | 차흥도 file 훈련원 2019.06.21 2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Next
/ 5